Asan Plenum

주제: 여전한 북한
일시: 2016년 4월 27일 (수요일) / 15:15-16:45

작성자: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회자:
크리스토퍼 넬슨, 넬슨리포트 편집장
발표자: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
천영우,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게리 세이모어, 하버드 벨퍼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양 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크리스토퍼 넬슨 넬슨리포트 편집장의 사회로 진행된 플레너리 세션4의 중심 주제는 현 대북제재 체제의 지속성이었다. 참석자들이 한국, 일본, 중국, 미국의 입장을 각각 대변했다고 볼 수 있는 이번 세션에서, 천영우 아산정책연구원 고문을 제외한 다른 토론자들은 유엔안보리 제재가 북한의 추가 핵 도발을 억제하는데 유용하고 최근에 채택된 유엔결의 2270호는 이전보다 더 강력하다고 평가하며, 북핵 문제는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천 고문은 현 제재가 기존 제재에 대비해 나아진 게 없다고 평가하였다. 그는 핵 개발로 전용될 수 있는 모든 원천을 봉쇄한 대이란 제재에 비해 대북 제재는 아직도 핵개발에 유용될 수 있는 일부 경제 행위만을 제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위적 구분은 현실과 동떨어지기 때문에 최근 들어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 받는 대북 제재결의 2270호도 북한이 쉽게 회피할 수 있는 구멍(loophole)이 많다고 진단했다. 천 고문은 따라서 대북제재의 목표는 북한이 활용할 수 있는 경제 분야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이란의 경우처럼 북한 정권의 총 수입을 줄여 핵 개발을 못하도록 막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재의 궁극적 목적과 관련, 중국과 한·미·일 사이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엿보였다. 양 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북제재의 목표는 북한의 비용을 높여 핵 포기 없는 경제 개발이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지, 정권교체(regime change)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입장에서 대북 압박의 목적은 북한의 정책 변화이지 체제 변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이 지금까지 제재에 대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양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충실히 집행해 왔다고 설명하며, 앞으로는 대북제재의 강도보다 중국이 대북제재를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하는지가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천 고문은 북한 정권은 핵과 정권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경제 발전을 위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따라서 정권교체를 고려하지 않는 중국의 입장은 여전히 중국이 비핵화보다는 북한 정권의 안정을 추구한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비판하였다. 그러나 양 시위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북한을 완충지대(Buffer)로 취급하기 때문에 정권을 지원한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2013년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바탕으로 중국은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어떤 움직임도 반대하며 이러한 움직임을 취하는 국가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처하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앞으로 어떤 제재조치가 남아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게리 세이모어 하버드대학 벤퍼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제재는 2차제재(Secondary boycott)의 맛보기 차원이었으며 북한의 추가 도발에 맞춰 제재 수위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천 고문은 추가 제재에 앞서 북한이 평화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하였다. 그는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면 이는 중국 및 미국의 희망과는 달리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대화의 대가로 얻을 수 있는 선물에 관한 논의가 될 것이며, 전례를 보아도 북한은 절대 비핵화로 이어지는 대화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천 고문은 북한이 대화의 일환으로 핵 동결(freeze)을 제의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아마도 북한이 핵 능력을 완성할 때쯤에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따라서 핵 동결은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이모어 소장 역시 이에 동의하며, 북한은 지난 협상에서도 핵 동결에 동의했지만 결국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 핵 동결은 영변 핵 시설에 국한되었지만 지금은 북한 전역의 비밀 핵 시설까지 반드시 사찰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북한은 필요한 만큼의 핵 물질을 확보한 뒤에 비로소 핵 동결에 동의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북한 핵무기의 위협 수준에 관련해서는 미국과 한-일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만약 북한의 핵무기가 그렇게 위협적이라면 왜 더 강력한 제재조치를 지금 취하지 않느냐는 사회자의 지적에 세이모어 소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에 아직 추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만약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 같은 중거리 미사일이 아닌 진정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 능력을 드러내면 미국의 대응이 더 강력해 질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이러한 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미국은 대신 북한의 핵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체제에 투자할 것이며, 수년 후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만한 능력을 갖게 되면 미국의 미사일 방어능력이 효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대해 벳쇼 고로 주한일본대사는 미국처럼 북한과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국가에겐 북핵이 위협적이지 않을 수 있으나, 인접한 나라에게 북한의 핵 능력은 충분히 위협적이라며 미국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천 고문은 북한은 핵개발국가 중 억지력(deterrence)이 통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국가라며, 김정은 정권은 핵을 공세적으로 쓸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만약 북한이 궁지에 몰려 정권이 위험에 처하면 김정은은 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천 고문은 따라서 미사일방어체제(MD)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시위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북핵 문제를 억지력의 차원에서 보기 때문에 북한과 나머지 국가들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항하기 위해 사드를 도입하려고 한다며, 이는 또 다른 억지력 경쟁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이 서로 억지력을 키우려 하기 때문에 한반도는 무기경쟁(Arms Race)에 시달린다며, 앞으로의 초점은 억지력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넬슨 편집장은 북핵 위기가 2017년에는 어느 정도 해결될 지에 대해 질문했는데 천 고문은 거의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비관적으로 예측했다.

* 본 회의의 내용은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