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an Plenum

Panel: 한반도 문제의 종착점?
Date/Time: 2015년 4월 29일 (수요일) / 15:00-16:15
Session Sketch by: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Moderator: 데이비드 생어 뉴욕타임즈 워싱턴 지국장
Speakers:
천영우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스벤 주르췌스키 캐나다 전 외교관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
야마구치 노보루 일본국제대학교 교수
장 투어셩 중국국제전략연구기금회 외교정책연구센터장

‘한반도 문제의 종착점?’ 세션은 데이비드 생어 뉴욕타임즈 워싱턴 지국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천영우 아산정책연구원 고문은 “북한 붕괴론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천 고문은 “정권 붕괴와 국가 붕괴는 다른데 북한 주민은 김정은 정권과 북한이라는 국가체제를 동일시하고 있다”며 “이처럼 북한에는 정권과 국가의 붕괴를 분리할 수 있는 심리적 토대가 아직 없는 상태에서 북한 붕괴의 가능성을 높게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의 병진 정책은 상당히 성공했다”고 평가하며 “집단 농장 대신 가족 농장을 도입하고 농민들이 생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 것은 획기적인 조치로, 최근 북한 주민들이 기근의 위협에서 벗어난 점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또한 김정은 정권이 정치 엘리트를 대단히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으며 북한 노동자 해외수출을 통해 경제제재로 인한 재정손실을 만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천 고문은 “현재 대북 제재가 북한 정권의 전략적 선택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만큼 압박이 충분치 않았다. 대북 제재가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북한 핵 능력의 10분의 1밖에 막지 못했을 것이다. 형식상으로는 중국도 북한 제재에 참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북한 정권에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천 고문은 “비핵화 대화를 추구하다 북한을 실질적인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실책을 범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이 붕괴될 경우 대단히 혼란스럽고 파괴적인 과정이 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그는 최상의 선택으로 북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대북 안보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드니 사일러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는 “미국이 그동안 현실적이면서도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구해왔다”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일종의 투트랙(two-track) 접근으로 선택의 폭을 좁혀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사일러 특사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의도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적극 활용했고 그 결과 적어도 북한의 핵확산능력과 핵개발능력이 심화되는 것을 저지하는 데는 성공하였다. 이어 그는 “미국은 계속 북한 주민에게 현실과 근본적으로 다른 미래를 제시하고 새로운 선택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고 그러한 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기반을 구축하는데 노력하고 있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 비핵화 노력과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평화통일 정책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일러 특사는 “북한은 이라크 후세인 정권이 핵을 포기했기 때문에 붕괴하였으므로 절대 핵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잘못된 과거지향적 사고에서 벗어나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핵무기 보유와 개발이 과연 북한에 득이 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6자 회담은 북한이 주장하는 안보 보장(SECURITY ASSURANCE)을 북한에 중요한 전략적 이익을 갖고 있는 5개국 모두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가장 유리한 틀이라는 점을 북한이 기억해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북한의 붕괴가 중국에게 이익일 것인가? 이 질문에 중국국제전략연구기금회 장 투어셩 박사는 “한반도 비핵화, 지역 안정, 외세에 개입이 없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중국의 기본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이 이러한 정책과 충돌한 것이 사실이며 중국이 북•중 관계를 한•중 관계와 연계하여 추구한다는 점은 중국의 대북 정책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이라고 설명하였다. 이어 그는 “중국의 대북 정책은 ‘양손 정책(Two hand Policy)’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 손으로는 북한에 핵 개발이 국익과 지역 안정을 위협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경제 개발과 주민 생활의 향상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중국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대북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의 대부분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쉽게 붕괴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북한이 새로운 핵 실험을 강행하고 핵 능력을 계속 강화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그는 “그럴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며, 혹시라도 생길 지 모르는 남북의 우발적 무력 충돌과 확전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1950년 한국 전쟁의 경우와 같이 중국과 미국이 직접 무력 충돌하는 경우는 결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자회담에 대해 장 박사는 “이란 핵 협상에서 교훈을 얻어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2005년 9.19 합의를 다시 수용한다면 전제 조건이 충족된 것으로 간주하고 6자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일러 특사는 “9.19 합의뿐 아니라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 관련한 다른 행위도 중단하고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마구치 노보루 일본국제대학교 교수는 “현재 일본과 한국 사이에 대북 전략 목표의 차이는 없으나 북한이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할 경우 일본의 안보 우려가 심화될 것이고, 그 결과 일본과 관련 국가 간의 입장 차이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일본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지하지만 어떤 대가를 얼마나 지불하면서 그 목표를 추구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스벤 주르췌스키 캐나다 전 외교관은 북한 붕괴론에 회의를 표하면서 “북한 정권 붕괴 시 북한 군부가 핵무기를 장악하고 통제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경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