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an Plenum

Panel: 최악의 한-일관계?
Date/Time: 2015년 4월 29일 (수요일) / 13:30-14:45
Session Sketch by: 이승률,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Moderator: 마틴 팩클러, 뉴욕타임즈 기자
Speakers: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학교 교수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학교 교수
박철희, 서울대학교 교수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최악의 한일 관계?’ 세션은 마틴 팩클러 뉴욕타임즈 기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 세션은 사회자의 질문에 연사들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토론의 열기를 더했다. 사회자는 우선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북한의 위협, 중국의 도전,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 등 공통의 난제들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아직 한 번도 정상회담을 갖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코네티컷대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언론인들이 단어 하나 하나를 쫓으며 집착해 의미를 과도하게 확대시킴으로써 그 자체에 하나의 관점이 고착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예컨대 아베 총리가 어떤 담화에서 침략, 식민지 지배, 반성 등의 단어를 사용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 귀추가 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나 무라야마 담화의 개념을 계승한다고 했을 때 이를 있는 그대로 반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역사학이라는 것은 본래 수정을 거치는 학문이어서 수정주의에 대해 논할 때 우리는 역사가 아니라 기억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든 교수는 “미국은 양국 분쟁이 시발된 국가이므로 중재자가 될 수 없다”면서 “한일국교정상화50주년을 맞아 모두를 위해 금년에 두 정상이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아 아베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양국이 정상회담을 하는 게 가장 옳은 길이라고 그는 제시했다.

더든 교수의 발언에 대해 서울대 박철희 교수는 “현재 양국 관계는 98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본다”며 “93년 고노 담화, 95년 무라야마 담화 때는 그래도 대화가 가능했으나 이후 보수주의의 역풍이 불어 닥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92년 한중 국교 정상화 당시 방한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김영삼 대통령이 역사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을 비난한 것을 현재 갈등의 출발점으로 지목했다. 그는 “더 우려되는 것은 최근 일본 언론은 물론 일반 대중들에도 반한 감정이 만연돼 있다는 점”이라며 “전에는 보수 강경파라 해도 상황을 안정화시키려는 시늉은 했는데 지금은 그런 노력도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지금의 한일 관계는 과거와 다르다. 한국은 무릎을 꿇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려고 하지도 않는다. 앞으로는 한국과 일본이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접점을 찾아가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게이오대 니시노 준야 교수는 “지금 한일 관계는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희망조차 갖지 못할 정도로 어렵다”고 평가했다. 관계 악화의 첫 번째 이유로 그는 “동아시아에서 국제정치 구조가 변했기 때문인데 이는 두 정상만의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니시노 교수는 “한일 간에는 중국에 대해서도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사히 신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인들이 위협을 느끼는 국가는 중국-북한 순인 반면, 한국의 경우는 북한-일본-중국 순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조사 결과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중요 국가는 미국-중국-한국 순이며 이는 한일 간에 불신이 싹트고 공감대가 줄어듦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니시노 교수는 이어 “양국 국민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적극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도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내각의 설문조사에서 일본 내 반한 감정은 66%로 나타났음을 거론하며 “반한 감정이 일본에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피로 현상(Korea Fatigue) 때문에 일본인들은 한국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데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는 두 지도자가 근시적이고 감정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외교협회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이번 플래넘의 주제가 ‘미국의 귀환?’임을 상기시키며 “미국의 힘은 동북아의 안정, 균형, TPP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국들의 안정이 큰 문제인데 지금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항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에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한일 관계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미∙일이 잘 지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이를 위해 상황을 ‘공정하게’ 관리하는데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처럼 한국과 일본에 공동 책임을 묻는 것은 양국 관계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사람의 문제’, 즉 감정이나 국가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미국을 방문 중인 오늘(29일), 미 정부 관리들은 역사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이런 노력엔 한국과 일본도 참여해 지속적인 화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일 지도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를 분명히 제시하고 궁극적으로 어떠한 실질적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자는 ‘한일 양국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지 않은데 왜 한일 관계가 이렇게 악화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박철희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상대에 거는 기대가 컸는데 이 기대치가 낮아질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었다”며 “일본이 한국을 오해하고 있는 점이 많다”고 답했다. 첫 번째 예로 그는 ‘한국이 중국과 너무 가깝게 지낸다는 인식’을 거론하며 “이는 피상적인 이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한∙중 교류가 활발한 것은 이제 막 교류의 성과가 쌓여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며 일본과 한국은 이미 민간에 다양한 레벨의 밀접한 관계가 구축된 사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오해는 ‘“일본이 한국을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산케이 신문 서울 지국장의 출국 금지 조치는 전술적인 실수일 뿐 한국은 오히려 지나치게 민주적”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본은 한국의 반일 감정에 대해서도 오해하고 있다”며 “한국인들에게 반일 감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행동으로 나타내지는 않는다. 위안부와 관련한 수요집회는 있어도 반일 시위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에는 혐한 관련 서적이 많지만 한국에는 반일 관련 책이 없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위안부 관련 시위가 있는데 일본이 이미 이에 대해 충분히 사죄한 것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더든 교수는 “우리는 아베 외에도 다양한 일본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며 일본의 인기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은 상대국이 됐다고 말할 때까지 계속 사죄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예로 들었다. 또 더든 교수는 중국에 대해 “지금의 중국은 한국의 박정희 시대와 비슷하다”며 “한국에서1965년에는 반국가 시위가 불법이었지만 반일 시위는 가능했다. 그래서 국가에 대한 분노가 반일 시위를 통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중국 국민들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국가에 대한 불만을 일본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든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한국이 90년대에 겪었던 것처럼 중국이 민주화를 향해 나아가는 단계의 하나로 진단했다.

이어 사회자는 아베 총리가 4월 27일 하버드대 연설에서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신매매’로 지칭한 데 대한 의견을 물었다. 박철희 교수는 “인신매매를 한 주체에 대한 얘기가 없고 (위안부 강제 동원이) 일본의 군경과는 상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아베 총리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니시노 교수는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은 이 이슈를 함께 다루기를 원하지만 박 대통령은 항상 진정한 자세로 하라고 말할 뿐”이라며 “만약 진정한 자세를 보인다면 한국 정부는 그때 가서 또 어떻게 나올까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아무 협조를 안 하는 것도 문제”라며 “일본인들 특히 NGO사회에서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항상 공조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는 무라야마 담화, 아시아 여성기금, 오부치 총리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으로 해결된 것 아닌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박 교수는 “98년 화해에 거의 도달했는데 불행하게도 3년 뒤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사태가 악화됐다. 98년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공동성명에서 일본 측이 진심으로 사죄를 표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 그때는 상호존중이 있었다”고 답했다.

더든 교수는 “일본이 진정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일본이 바뀌어야 한다. 일본이 제대로 한다면 바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는 이중잣대가 있다”며 “아베 총리가 침략을 후회한다고 언급했을 때 100명이나 되는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꼬집었다. 이는 일본의 말과 행동이 다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발언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든 교수는 “현재와 같이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를 출판하는 상황에 일본이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고 하는 것은 말로만 하는 계승”이라고 비판하며 ”고노 담화의 본문에 ‘역사를 가르치고 배울 의무가 있다’고 쓰인 객관적 기준이 있으므로 우리는 이에 따라 일본이 담화를 진정으로 계승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철희 교수는 “일본은 공식적으로는 충분히 사과했지만 문제는 일본 내 우파세력들이 다른 말을 한다는 점”이라며 ”예컨대 계속 사죄에 사족을 붙이며 일관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일 사이에 미국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박 교수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를 계승할 것이라고 말한 기자회견과 위안부 관련 답변, 그리고 박 대통령이 3.1절 성명에서 일본이2차 대전 이후 세계에 기여한 것에 대해 좋은 평가를 했지만 한국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