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an Plenum

주제: 한-일 관계의 ‘뉴 노멀’
일시: 2016년 4월 27일 (수요일) / 13:30-15:00

작성자:
김종우,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회자표자:
박철희, 서울대학교 교수
런 샤오, 푸단대학교 교수
스캇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학교 교수
 

‘한-일 관계의 ‘뉴 노멀’’ 세션은 워싱턴포스트 애나 파이필드 도쿄지국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세션은 “2015년 11월 한-일 정상회담,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문 발표, 북한의 4차 핵 실험 뒤 한-일 양국의 근본 가치 공유 천명 등 일련의 양국 외교 행보는 한-일 관계가 회복되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를 뉴 노멀로 볼 수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첫 발언자인 서울대 박철희 교수는 “비정상화를 정상화하는 계기는 됐지만 완전 정상화는 아니며 위안부 합의문의 이행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또 “양국의 합의문 이행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면서 “4.13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함에 따라 합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긍정적 발언으로 이 이슈가 나름 긍정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종인 대표는 4월 26일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국민감정문제, 특히 위안부 문제는 합의를 했지만 이행이 제대로 안되고 있으니 이행 속도가 빨라야 한다”는 내용으로 말했다.)

런 샤오 푸단대학교 교수는 “위안부 합의는 중요한 첫 걸음이지만 합의가 어떻게 이행될지 지켜봐야 하며 일본은 피해를 본 인접 국가들에게 과거를 깨끗이 뉘우치고 사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핵 문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이 더 긴밀히 협력할 수 있게 하며, 한-중-일은 경제, 사회, 교육, 환경, 관광, 금융 분야의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캇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도 위안부 합의는 비정상에서 올드 노멀로 돌아온 것일 뿐이며 그나마 완전한 정상화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위안부 합의가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고 보며, 한국은 정당에 따라 입장이 다르지만 김종인 대표의 발언은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드 노멀에는 역사 교과서 문제, 독도 갈등과 같은 여러 문제들이 포함돼있어 한-일 관계가 완전 정상화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교수는 뉴 노멀은 1990년대에 위안부 문제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위안부 문제는 이후 미야자와 수상의 사죄, 호소가와 수상 시절 고노 담화를 통한 사죄, 무라야마 수상의 사죄, 한국의 일본 문화 개방으로 이어졌다. 소에야 교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양국 국민 대부분은 정부에 만족하거나, 이런 성과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 같은 상호 부정적 시각이 양국의 관계 개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일 관계는 전략적, 지역적,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은 위기가 발생할 경우 자위대가 부정적인 역할이 아니라 긍정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한국 국민에게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런 샤오 교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가능성과 관련, 장기적으로 볼 때 필요하며, 시점은 문제가 안되고 그런 움직임 자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한 중국의 공식 대응은 없을 것이며 중국 정부는 이를 전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문제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질의 응답 순서에서 박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를 방문할 경우)핵 없는 세상을 강조할 것이며 일본은 스스로를 피해자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아베 일본 총리도 진주만을 방문해야 하며 한국인 원폭 희생자에게도 잘못을 시인하고 화해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충고하면서 일본 국민은 누가 잘못했는지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에야 교수는 정치인과 언론 모두가 양국 관계 개선을 고민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정치권이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끌어갈 것으로는 보지 않았다. 그는 일본의 극우파들이 교과서 문제 등에 있어 한-일 양국이 긍정적 방향으로 나가려는 움직임을 방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아베 정부의 정책 방향이 한-일 관계에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역내 정세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양국 관계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아베 총리를 견제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일본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2017년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할 경우 대일 관계 악화와 관련된 모든 원인을 박근혜 정부 탓으로 돌리면서 양국 관계가 쉽지 않겠지만 여당이 승리할 경우에는 순조롭게 양국 관계가 풀려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소녀상 철거에 대해 70%의 한국인이 반대하고 있고 일본의 철거 주장은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일본군이 공식적으로 위안부를 동원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죄하며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 교수는 일본이 관련 국가의 위안부 피해자에게 깨끗하게 사고하는 건설적 태도를 가지고 화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가 한국에서 순조롭게 해결되면 중-일도 유사한 합의문 작성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소에야 교수는 중국이 90년대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나 현대에 들어와 다시 문제를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문제가 제기 되더라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위안부 합의를 계기로 양국은 전략적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춰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도 그동안 한국이 한-일 관계를 더 큰 지정학적인 맥락과 분리해 대응해왔고 박근혜 정부는 친중 정책을 폈지만 위안부 문제 합의를 계기로 한-일 관계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박 교수는 일본과의 정보 교류는 중요한 문제라며 국민의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교류가 어렵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국민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편 일본의 헌법 개정 노력과 관련, 투명성이 요구되는 일이라면서 일본은 주변국들의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해서 미국 설득에만 집중하기보다 한국에도 직접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에야 교수는 헌법 개정을 위해 의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본 회의의 내용은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