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san Institute’s Senior Research Fellow Bong Youngshik wrote an article titled “Does U.S. Financial Crisis Shake the U.S.-ROK Alliance?” in DongA Weekly on August 22nd, 2011.
“Does U.S. Financial Crisis shake the U.S.-ROK alliance?”
(The article below is in Korean.)
8월 1일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치열한 공방 끝에 연방정부 부채상한 증액과 재정지출 감축 합의안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그러나 국방예산의 대폭 삭감을 전제로 한 이 합의안은 한미 및 미일 군사동맹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시각도 함께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흐름이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 사이에서 진행 중인 해외 미군기지 재편 협상을 흔들 경우, 동북아시아 안보체제의 뿌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합의안에는 올 연말까지 미 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출 삭감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특별위원회가 어떤 이유로든 여야 합의에 실패할 때는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지출을 무조건 삭감하는데, 그 절반이 국방예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향후 10년간 미국 국방예산은 최소 6000억 달러에서 최대 8500억 달러까지 삭감이 불가피해졌다. 한화로 최대 900조 원에 달하는 국방예산 삭감은 분명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러나 아메리칸대의 미국 의회정치 전문가 고든 애덤스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지적한 대로, 이러한 삭감은 진작 예정됐던 일이다. 백악관과 국방부가 이미 지난 4월 의회에 제시한 감축 규모에서 2000억~4500억 달러를 추가한 것일 뿐이며, 이는 향후 10년간 미 국방예산 총액의 3.2~6.7% 수준이다. 따라서 이 정도 규모의 국방예산 삭감이 심각한 국방력 약화로 이어지리라는 워싱턴 일각의 우려는 시각에 따라 과장됐다고도 볼 수 있다. 미 의회 ‘미군기지 재편 중단’ 요구
사실 우리 처지에서 눈여겨봐야 할 문제는 미국의 국방비 총액보다 그 논의 과정에서 파생할 수 있는 후폭풍이다. 앞서의 연방정부 재정적자 감축 협상을 매개로 워싱턴 정치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갔던 양당 간 포퓰리즘 경쟁이 국방예산 삭감 조치를 정쟁과 여론몰이 소재로 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삭감 규모에 만족하지 못하는 공화당 보수파 의원을 중심으로 미 의회는 최근 주한 미군기지 이전 사업과 일본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계획 등 동북아 미군기지 재편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라고 요구한다. 국방예산 삭감이 미군 전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의원들은 해외기지 재편 계획과 현대화를 지지하는 편이지만, 거꾸로 이들은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해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한다. 우리 눈으로 보자면 ‘돈을 더 내지 않으면 미군기지 현대화 작업이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단호하기 이를 데 없는 미 의회의 이런 견해는 5월 외교정책 입안에서 중심 구실을 하는 칼 레빈, 존 맥케인, 짐 웹 등 3명의 상원의원이 공동으로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발송한 ‘동북아 미군기지 재편 계획의 전면 재검토’ 요구 서한에서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이 서한에서 그들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기지 재편 계획을 “현실성 없고 실행 불가능하며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그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재편 계획을 당분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서한이 주한미군의 임무를 ‘지역방어(local defense)’로 국한해 규정한다는 점이다. 독일이나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임무에 대해서는 ‘영구주둔’이라는 전제하에 ‘주둔 지역과 그 이상의 영역에서 다중 임무를 수행’(multiple contin gencies throughout their regions and beyond)하는 것으로 규정한 데 반해, 주한미군의 임무는 북한 도발 억제로 한정한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주한미군기지 재편이 이러한 구실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방향이므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이 최소 50% 맡아야” 시각 여전 의회의 이러한 압박과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정책대안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아이젠하워 행정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지출을 통해 향후 10년간 약 1조 달러의 재정지출을 감축하는 동시에, 대규모 부양책 없이 경기를 회복시켜 9%를 넘나드는 장기 실업률을 해소해야 하는 양대 과제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치적 압박이 단기적으로 주한미군의 규모 축소나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미국의 재정위기가 한반도 군사 균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살펴본 의회 인사들의 견해에서 나타나듯, 워싱턴 정가에서는 ‘북한 군사위협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한국이 져야 마땅한 부담을 미국이 지나치게 떠맡았다’는 시각이 강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질수록 공감대를 넓혀갈 테고, 한미 양국이 진행할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 측에 분담 비율을 50% 수준으로 높이라고 압박할 공산이 크다. 더욱 우려할 부분은 이 같은 흐름이 동맹 자체에 끼칠 영향이다. 자국 경제 사정을 앞세운 미국이 계속해서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할 경우, 그동안 주한미군의 분담금 미집행액 축적 및 전용 관행이나 최근의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의혹으로 높아진 한국 사회의 주한미군 비판 여론이 심화할 소지도 있다. 이는 지난 3년간 굳건히 지속해온 이명박-오바마 정부 사이의 한미공조 토대를 흔드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의 국방비 삭감 조치가 부정적 결과만 낳지는 않을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가장 우려해온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는 주한미군이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개념하에 한반도 붙박이에서 벗어나 ‘동북아 기동군’으로 임무를 변경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데다 무역 의존도도 엄청난 한국으로선 패권국가 미국과 떠오르는 중국 틈바구니에 끼는 구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 의회가 주한미군의 임무를 ‘한반도 지역 방어’로 한정한 사실을 감안한다면, 백악관이 빠른 시일 안에 주한미군의 임무를 지역 전체로 확장하려 시도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 외교정책은 답보 상태
더욱 근본적으로 보자면, 미국 재정문제는 한미동맹을 미국의 동북아기지 재편과 안보체제의 핵심 축으로 제고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미일동맹을 대신하는 위상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 잡지 ‘뉴요커’는 오바마 외교정책의 중심 개념을 ‘세력 균형의 전략적 재정립(Strategic Re-balan cing)’이라고 요약했다. 개방적이고 투명한 경제 및 안보 협력체제를 구축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위상을 확대, 재정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미일 안보조약을 중심으로 아시아 중심의 전략적 재정립을 실현하고자 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현재 답보 상태다. 국내의 정치·경제적 어려움에 일본과의 정책 부조화까지 겹쳐 곤란을 겪는 오바마 행정부를 향해 한국이 동북아 체제의 근본적 재편에 관한 창의적이고 대담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이는 지역 내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크게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11월 하와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그 첫 번째 무대가 되길 기대한다. |
봉영식 박사, 아산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