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an Plenum

세션: 개회식
일시: 2016년 4월 26일 (화요일) / 09:30-10:25
 
내빈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산 플래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금년 초부터 북한은 제4차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를 감행했습니다. 사흘 전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어느 전문가의 말대로 북한의 SLBM 능력은 ‘처음에는 농담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심각한 단계’에 와있습니다. 이제 제5차 핵실험도 임박했다고 합니다.

영국 시인 토마스 엘리엇은 “인간은 너무 많은 진실을 견뎌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우리의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북한의 위협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보 논쟁을 바라보면 걱정스럽습니다. 우리가 미국에 기대어 안보에 무임승차한다고 비난하는 일부 인사도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이 미국 내 반복되는 ‘고립주의’의 여론을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방위비를 지불하는 것은 일견 불공평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한미동맹의 실상을 모르는 피상적인 견해 입니다.

한미동맹은 한국전쟁 중 형성되었습니다. 한국전쟁은 단순히 남북한 간의 전쟁이 아닙니다. 혹자들이 말하는 내전이 아닙니다.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되었습니다. 이듬 해 1950년 1월,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은 한국을 ‘미국의 태평양 방위선’에서 제외한다고 선언했습니다. 5개월 후인 1950년 6월 25일, 북한은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남한에 대한 전면전을 개시했습니다. 이 후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채택되기도 전에 즉각 미군을 한반도에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신속하게 대응한 주요한 이유는 일본의 공산화를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한국전쟁은 강대국인 미국, 소련, 그리고 중국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입니다. 냉전이 막 시작되고 있던 시기, 한국은 냉전의 발화점이 되었습니다. 한국인들은 강대국간 패권 경쟁의 희생이 됐습니다.

저는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미국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아마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없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번영은 한미동맹을 통해 튼튼한 안보의 기틀 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역할을 해온 것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 중요한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희생을 해왔습니다. 무임승차가 아닙니다.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질서를 지키는 주춧돌입니다.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6년 전,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를 만나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한국에 수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푸틴 총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선박으로 한국까지 운송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그 방법보다는 러시아가 북한을 경유하여 한국까지 이어지는 가스 파이프 라인을 건설하면 더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푸틴 총리는 북한을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습니다. 저는 위험을 최소화 하려면 절반은 파이프라인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선박으로 운송하면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동북아시아의 안보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저의 부모님의 고향은 북한입니다. 1989년, 선친께서는 16살의 나이에 집을 떠나신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에 있는 고향집을 방문하셨습니다. 선친께서 한밤 중에 잠이 깨셨을 때, 아버지 사촌께서 두 분 머리 위로 이불을 뒤집어 쓰시더니 아무도 듣지 못하게 조용한 소리로 “도와주려고 하지 말고, 아무것도 묻지도 말아라. 그냥 빨리 돌아가라”고 애원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선친의 뜻이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친께서는 여러분이 북한을 걱정해주시는 것에 대해 매우 고마워하셨을 것입니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내빈 여러분,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긴 여정에 있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경제 번영과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들께서 이곳 한반도, 그리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지속 시킬 수 있는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