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CVID 혹은 “평화적” 공존?
일시: 2019년 4월 24일 (수요일) / 15:15-16:45
작성자: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회자: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발표자:
에반스 리비어,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 수석국장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야마구치 노보루, 일본국제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야오 윈주, 중국군사과학원 인민해방군 예비역 소장
세션스케치
에반스 리비어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 수석국장은 세션 주제에 대한 미국의 관점을 여섯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국제사회는 지난 25년간 북한에 핵에 관련된 전략적 결단을 요구해 왔으나, 북한은 결국 핵을 보유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공통된 비핵화 정의 채택을 거부했고, 비핵화 로드맵 및 시간표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둘째,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유는 빅딜 또는 스몰딜 이라는 차이가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 딜 자체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미국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셋째,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한 의지는 북한의 행동 및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고 하였다. 넷째로 우리는 영구적으로 핵무장 된 북한을 받아들일 준비가 과연 되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현재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행사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압박을 완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남북미 지도자 3인은 모두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한 일이라는 환상(illusion)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섯째로, 우리는 여태까지 실행해보지 않은 접근법인 ‘거대한 압박(massive pressure)’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러 외교적, 정치적, 경제적, 인권, 재정적 조치들을 이용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가장 큰 목표는 정권 유지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압박을 통해 실제로 붕괴될 수 있다는 신호를 강력하게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적으로 앞으로 진행될 북러 정상회담이 북한 측의 입장을 잘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러시아의 행동이 상당히 제약될 것으로 예측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전직 북한 외교관의 관점에서 하노이 회담 결과를 분석했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로 김정은은 북한 내 절대 지도자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북한 매체들은 회담 직전까지도 하노이 회담이 북미관계를 새롭게 격상시킬 것이라고 크게 선전했지만 회담 결렬 7일 후, 북한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들에게 회담이 실패했음을 뒤늦게 간접적으로 알렸고, 또한 최선희 부상은 외신과의 기자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발언했으나, 이 기자회담에 북한 매체들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4월 초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결과에 대한 내부적 논의를 끝냈고, 이후 후속 조치로 삼지연 등 현장을 방문해서 기존 건설 계획을 연기하도록 지시하였는데 북한 내에서 건설 계획 마감일을 연기한 것은 여태까지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4월 초 북한 매체는 주민들에게 돌연 자생(self-reliance)과 장기전 대비를 강조하였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렇게 심각하게 타격을 입은 것은 과거 30년 간 찾아볼 수 없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당은 국방 예산을 줄이고, 민생 관련 예산을 늘렸으며, 북한의 정치 권력 지형 변화도 국방보다 경제에 더 강조점을 두는 모습을 보이는 등 하노이 회담 결렬은 북한으로 하여금 내부적 경제 구조 변경도 고려하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김정은의 포스트 하노이 전략에 대한 개인적 견해도 제시했다. 북한의 목적은 ‘핵 보유 국가로서의 지위 공고화’와 ‘제재 완화’ 두 가지인데 이는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첫째, 올해 상반기까지는 강한 지도자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며 중국 및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원조를 받고자 할 수 있으며, 특히 중국 시진핑 주석의 평양 초청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둘째, 올해 하반기부터는 미국 및 한국과 정상회담 개최에 관심을 보일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스몰딜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스몰딜에 성공한다면, ‘핵 보유국’ 지위 확보에 성공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이 아닌 핵 동결 현상유지에만 관심이 있기에 스몰딜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앞으로 개최될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역내 주요국 지도자들과 동등한 지위에 있음을 과시함으로써 정권을 공고화하는 성과를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북한이 북러 정상회담 개최 계획을 사전에 공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큰 희망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5월과 6월에 식량난이 가장 심각한데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식량 원조를 확보할 것이며, 이는 인도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제재를 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야마구치 노보루 일본국제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CVID와 평화적 공존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평화적 CVID와 평화적 공존이 조합이 최적이며, CVID와 대결은 최악의 조합이므로 이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북한의 위협에는 물리적(핵미사일, 중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 등), 국제적 체제에 대한 위협이 두 가지가 있는데 북한이 다른 국가에 이러한 무기 기술을 제공한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오 윈주 소장은 CVID(또는 FFVD)와 평화적 공존이라는 2가지 선택지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제까지 우리가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 기울인 것은 아니며, 남북간 실무 협상을 이어가면서 3차 미북정상회담을 위해 계속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까지 시진핑과 4차례 정상회담, 트럼프와 2차례, 문재인과 3차례, 푸틴과 1차례 회담을 가졌고, 몽골, 베트남 등에게도 손을 뻗었으며, 핵/미사일 실험 중단, 군사 훈련 중단하는 등 이러한 결과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핵화가 어떤 의미인지 분명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기존 무기 체계와 핵무기 능력도 포함하는지, 미국 핵우산을 북한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으며, 미국과 북한뿐만 아니라 역내 주요국들 간의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선택에 있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대화의 동력을 계속 이어가야 하며, 중재자로서의 역할 유지는 한국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로서도 긍정적인 선택이라고 밝혔다.
* 본 회의의 내용은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